운길산, 수종사

2021. 4. 17. 21:52등산

2021. 4.15

 

아주 아주 예전에 갔던 기억은 있는데

어떤 코스로 갔었는지, 수종사는 기억에 있는데 운길산 정상에 올랐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없다.

수종사 다실에서 창밖의 풍광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그 정취를 다시 맛보고 싶고,

봄산을 올라 정상에서 시원하게 두물머리 한강도 실컷 내려다보고 싶고...

마침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얼마나 기뻤는지!

 

 

 9시에 왕십리역 경의 중앙선 플랫폼에 세명이 다 시간 맞춰서 만났다.

전철에선  운 좋게 앉아서 운길산역 까지 1시간가량 갔다.

 

첨부터 걸어서 산으로 오르는 건 우리에겐 무리, 일단 택시로 

수종사 입구 주차장까지 가기로 했다.

 

그냥 산으로 직접 오르려면 운길산 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해 걸어 가야 하고

택시를 타려면 역 왼쪽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기다려야 한다.

서울과 달라 시골이라 길에는 빈 택시 같은 건 전혀 없다.

우린 첨이라 몰라 우왕좌왕하다 웬 버스까지 탔다가 방향이 반대라해서 카드만 찍고 내리고,

간신히 택시를 만났는데 목적지까지 15000원을 달란다.

시세를 모르니 깎을 수도 없고 그냥 탈 수밖에...

전철비도 안 내고 왔는데 까짓것! 하며 셋이 각자 5천 원씩 부담.

택시는 구비구비 거북이 속도로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20 분 올라 주차장에 우릴

내려 주었고...

 일주문을 지나 좀 더 올라 불이문 못 미쳐 좌측으로 난 등산길로 접어들어 산행 시작.

절 구경은 하산 시에 하기로 한다.

                                                  일주문

                                                                     

                                                         불이문

                                                              

 

                  불이문 못 미쳐 직진으로는 수종사로 오르는 돌길, 좌측 계단길이 운길산 등산길이다.

 

      여기서 정상까지 810m. 빨리 가는 사람은 20분에도 오른다 하지만 우린 1시간 예상했는데

      쉬엄쉬엄 올랐더니 1시간 더 넘어 걸렸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등산하는 친구도 있어 가다 쉬다 했으니...

 

      산길은 초입에서 많이 가파르고 상당히 험하다.

      돌계단, 나무 계단, 흔들리는 바위, 튀어나온 나무뿌리,

      둘레길인줄 알고 가볍게 따라온 친구가 자꾸 신경이 쓰여서 빨리 오를 수가 없다.

                  이쯤 오면 길이 그리 험난하진 않고 오르막이라도 길이 평탄한 편이 된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요새 같은 정상 모습이 나타난다.

    운동장처럼  넓은 정상 데크

    데크 옆으로 자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멀리 뒤에 보이는 산은 예봉산.

        사진 찍을 때는 괜히 멋 부린다고 이렇게 찍지 말고
        주인공을 중앙에 놓고 찍어야 한다고 
        이 사진을 찍어 준 친구에게 한 마디...

    보통 등산가들은
    팔당에서 예봉산을 올라 이쪽 운길산까지 종주한다고 한다.

   언젠가 총동 산악따라 에봉산을 오른 기억이 있다. 
   하산후  팔당역을 향해 아스팔트 길을 마냥 걸은 기억이 난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정경

 

                     정상 테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수종사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데는 40분 소요.

                     길은 험해도 하산은 숨이 안 차니 조심만 하면 되고 힘은 안 들어 좋다.

                     이 정도는 산행으로 적당한 코스와 시간이다.

 

                수종사에 도착, 바로 삼정헌(차실)으로  들어가 기대하던  음차 라 할까, 끽차라 할까..

                아무튼 기대했던 마음이라  설렌다.  다행히 방안엔 객이 한 팀 밖에 없어 자리가 있다.

다실 삼정헌    배낭이나 스틱은 밖에 놓고 들어오라 써 있다.

                                실내에서는 사진촬영 금지 라 써 있어  사진을 못 찍었다

 

      찻상에 다기들이 놓여 있는데 사실 차 우리기  절차를 잘 몰라 걱정했는데

      그 방에서 근무하는 안내 보살이 와서 친절히 다 알려 준다.

     1. 먼저  카운터에서 보온병을 가져다가 뜨거운 물을  대접에 따라서 그 물을 차주전자에 부어

        주전자를 뎁힌 후  주전자 물을 각 찻잔에 따라부어 잣잔도 잠시 데운다.

        찻잔의 물은 물버리는 큰 대접에 따라 버린다.

     2. 대나무 찻술로 차를 떠서 (한 술 정도면 2인분)주전자에 넣고 대접에  따른 더운 물을 주전자에 붓는다.

       (보온병의 물을 주전자에 직접 붓지 않는다. 대접에 부어서 옮겨 붓는다.)

     3. 잠시 찻물이 우러 나기를 기다렸다가 각 잔에 조금씩 돌아가며 따른다.

      (첫 차는 잎이 많이 불지 않아서  잎이 따라 나오지 않으니 찻망을 사용안 해도 된다)

     

      차를 마시며

   4. 다시 더운물을 대접에 따라서 주전자에 붓는다. 

   5. 두번째 부터는 찻물을 따를 때 찌거기가 따라 나오니까 대접에 찻망을 걸쳐놓고 찻물을 대접에 따르고 

      그 대접의 찻물을 각자의 찻잔에 옮겨 부어 마신다. 

   6. 이렇게 반복해서 몇 번 찻물을 우려 마신다.

      주전자에 찻물을 오래 두면 떫어지니까 우린 후에는 찻망에 걸러 대접에 따라 놓고 찻잔에 따라 마신다.

 

 다리 죽 벋고 앉아 조용히 차를 음미하며 창밖으로 펼쳐진 두물머리 강 풍경을 내다보는 이 멋!

꼭 여기 와서  해 보고 싶었던 일이다. 언제 또 다시 여기 와서 이런 멋을 부려 볼 것인가!

 

    차를 다 마시고 우리가 사용한 다구들을 씻어 놓고 가려고 다구를 다 들고 카운터로 갔더니...

    그러는거 아니라면서 그냥 그 자리에 놔 두고 가면 자기들이 더운 물로 그 자리에서 씻는다나...

     (도와 주려다가 괜히 일만 더 시키게 됐잖아?)

     

      불자인 한 친구가 먼저 보시함에 보시했고 기독교 권사인 또 한 친구도 예의있게 보시.

 

                                           절구경을 두루두루 한다...

선불장, 음진전, 저 꼭대기위의 신령각

                오른쪽 높이 위치한 신령각 앞에 오르면 한강 조망이 가장 멋지다고 해서 굳이 올라가 본다.

                오르는 돌계단 옆에 흰눈이 내린 듯 꽃잔디가  활찍 피어 향기를 내 뿜고 벌, 나비들이 모여 날고 있다.

                            산신각이 아니고 신령각이라고 씌어 있는 전각 앞에서내려다 본 정경.

                            날씨가 좋아 멀리 팔당대교, 두물머리 모습이 다 보인다.

                          셀카 한 장 (셀카는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

 

                      불자 친구는 대웅보전에 들어가 참배 하고 나오고

                      나는 그 옆의 석탑과 부도를 둘러 보았다.

                    우측 석탑은 고려 때 탑으로  어디에 있던 것을 옮겨 온 것이라 하고

                    좌측의 부도는 세종의 몇 째 딸의 사리 부도란 설명.

 

                   고색창연한 건물이 있어 보니 경학원 이라 씌어 있다. 스님들 공부하는 집.

 

                                                           보호수 은행나무

 

           세조가 오대산 상원사에 가서 피부병을 고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곳을 지나는데

           어디서 종소리가 나서 가 보니 굴속에  나한상들이 있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며 나는소리가 종소리처럼 들렸단다.

        그래 이곳에 절을 세우라 하고 수종사라 명명하고 기념수를 심었는데 그게 바로 이 은행나무라는 것.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은행나무는 신라때 심은 용문산의 은행나무이고 이 나무는 수령이 500년 가량?

 

        또 한 가지, 조선시대 한음 이 덕형이 은퇴 후 저 앞 강가 마을에 살았는데 이 절에 자주 왔다고 써 있다.

       절이 높아 올라오기 힘들었을텐데...

 

 

       등산도 알맞게 하고 절에서 차도 마시고 좋은 조망도 하고 딱 적당한 하루라 기분이 상쾌,

       그런데 내심으로는 역까지 갈 일이 걱정이 되서(처음 따라 온 친구가 컨디션이 안 좋은 듯 보여서...)

       절 종무실에 가 셔틀이 있나 물어 보니  평일에는 안 다닌단다.

       혹 올라오는 택시라도 있을까, 아니면 관광객 차라도 얻어 탈 수 있을까 하고  앞서 가 살펴 보는데

       마침 절 승합차 한 대가 내려가는 게 아닌가!

      염치불구하고 뛰어 가 "태워 주면 안 되요?" 하고 소리 지르니 차가 멈춰 주네. 이런 행운이!

       불자친구가 절에 보시도 넉넉히 했겠다, 떳떳이 올라 타고 가는데

   

     운전하는 보살 얘기가 매 주 월요일 오전9시에서 11시 사이와

     음력 초하루, 보름에 절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알려준다. 그 날은 공양은 못 해도 떡을 나눠 준다 한다.

     다음에 오려면 이 때를 맞춰가면 편히 갈 수 있겠다.

 

    절 승합차는 역 까지는 안 간다고 하며 갈림길에서 내려 주니

    마침 역까지 조금 걷는  길이 예쁜 집들과 꽃나무 들이 많아 구경하며 걷는 재미도 괜찮다.

   이 곳엔 장어식당이 많다. 값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닌듯 하다.

 

   열차엔 빈 좌석이 많아 앉아서 올 수도 있었고,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된 하루다,

   내가 우겨서 가자고 한 곳인데 좋은 결과여서 뿌듯하다.

   다만 처음 간 친구가 몸이 안 좋아 잘 먹지도 않고 차도 잘 마시지 않고 신경이 쓰였는데

   귀가 후 '자기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했다고' 문자를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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