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22. 16:35ㆍ여행 이야기
아침 5시에 모닝콜 오기로 했지만 긴장한 관계로 새벽 4시도 안 되서 잠이 깼다.
일찌감치 준비하고 6시 반에 모든 짐을 다 싸 가지고 버스에 싣고 식당으로 가 아침 식사.
보통 아침식사는 간단히 하는 터였지만 산행을 위해 계란도 먹고 햄도 먹고 이것 저것 먹었다 .
귤도 몇 개씩 몰래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A팀은 먼저 한국길로 올라 가 내려 올 땐 케이블 카로 내려오고
B팀은 케이블 카로 올라 가 내려올 때도 케이블 카로 내려오게 되있다.
B팀은 산행을 안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기로 되어 있어 우리 A 팀보다 늦게 출발한다.
황대현,서성준, 엄숙자, 오수자, 나, 4명이 A 팀을 택하고, 윤중영, 금점호는 운영팀의 압박으로 계획을 바꿔
B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B팀;금점호 윤중영 이건우 허수창, 정선자)
7시 15분 쯤 버스 출발.
갑자기 옆에 앉은 수자가 지갑이 없다고 놀라서 여기저기 찾느라고 난리다.
식당에 두고 온 모양이라고 얘기하는데 '큰일이네, 이를 어쩌지! 얘가 산에 못 가면 난 어쩐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마침 그때 가이드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더니
'여기 식당에 지갑 놓고 온 사람 있냐고, 누군가가 보관했다 주겠다'고 했단다.
휴!. 아무튼 늙은이는 너나 나나 할 것없이 문제라니깐...
70대 노파들이 언감생심 태산을 오르려하다니...
등산하다 사고가 나도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모두들 서명을 했다.
산에 오르기 전에 입구에서 제출을 하는 모양이다.
어쩌튼 7시 40분, 산 입구에서 버스가 더 이상 올라가면 회차를 못하니 다 여기서 내려 걸어 올라 가란다.
워낙은 직구저수지까지 차로 가기로 예정된 것이었는데...
누군가는 2~30분 워밍엎하게 되서 더 좋다고는 했지만 산길보다 평지에서 미리 힘 뺀다는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산행 깃점에서 A팀 전체
버스에서 내려 제일 앞 장 설 1조 단체사진.
조규식 단장이 제일 나이 많은 10,11, 14회를 이끌고 앞장서기로 되어 있다.
(조단장 빼고 모두들 71세로 부터 76~77세 일꺼다)
여기서 부터 약간 경사진 콘크리트길을 20분 가량 걸어 올라 산행 시발지인 직구저수지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모두 스틱을 꺼내 들고 1조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자들 몇이 앞으로 5시간 볼 일을 볼 수 없을테니... 하면서 옆길로 빠져 산길에 앉아 볼일을 보았다.
1조는 나이가 많지만도 모두들 빨리도 잘 간다.
조장들은 무전기로 서로 연락하며 조에서 쳐지는 사람을 다음 조에 부탁하는데
결국 나나 수자는 맨 마지막 조에서 헐떡이며 올라가는 형편이 되었다.
산에는 늘 다녀도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오르는 게 나의 산행습관인데 전문가들을 따라 빨리 가야한다는게
부담이 되어 초장부터 헐떡이게 되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워낙 이 태산 한국길은 케이블카로 정상 올라가 하산으로 택하는 게 정석이었고
이 곳 관리소에서도 처음에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데 이제는 허락이 되는 모양이다.
산행은 우리 외엔 다른 팀은 없다.
나중에 거의 다 올라갔을 때 중국사람들 몇이 올라 오는 것을 만났을 뿐.
오후에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우산 우비 준비하라했지만 산에서 비바람이 불면 우산은 쓸 수없어
우비만 챙겨왔다.
가면서 발에 쥐가 나느냐고 후배들이 파스도 뿌려주고 짐도 덜어 주고하며 제일 늦는 수자나 나, 또 한 여자후배 뒤엔
에스코트하는 젊은 남자후배가 하나씩 붙어 갔는 데 돌길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자꾸 발가락에 쥐가 났다.
산행 초입
점점 바위가 많아 지고 길이 험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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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칼바위 능선길
마지막 조(제1칼바위 능선을 다 올라)
누군가 이 꽃이 에델바이스라고 했다. | 산국 |
늦긴 했지만 그런대로 제1 칼바위를 지나 제 2칼바위 밑까지 도착했다.
제2 칼바위 능선을 오르기 전 수직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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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줄을 힘껏 잡고 발을 바위에 꼭 붙이고 한 발 한 발 올라가야 한다. 생각보다 그리 힘들었다고는 생각 안 든다. 중간쯤 올라가자 뒤에서 도와주던 후배가 밑을 한번 내려보라고 한다. 아래가 까마득하다. 와! 높이 올라왔네... |
절벽을 다 올라 와 바위사이를 건너뛰다가 오른다리 근육이 강한 충격을 받아 다리위까지 쩌릿해지면서
걷기가 너무 아팠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대퇴부까지 땡기고 난감한 생각이 든다.
이 때부터 나의 고행은 시작됐고 후발팀들 몇몇이 나로 인해 무지 고생하면서 올라오게 된다.
(제2 칼바위 능선길)
비바람은 세차게 몸을 후려 쳐서 몸을 바로 세우기도 어렵다. 날아갈 것 같아 몸을 웅크리고 걸었다.
천지 사방 비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후 1시 경쯤부터 비가 오겠다는 예보로 다 올라간 후가 될꺼라고 예상했었는데 이르다.
절벽만 올라 오면 다 오는 걸로 알았더니 여기서 부터 솔밭 경사길이 1시간 반이나 계속됐다.
너무도 지루하고 힘들었던 길
뒤쳐지는 사람에게는 쉴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쉬면 더 지치니 거기 두 사람은( 수자와 나) 그냥 계속 가란다.
----가면서 팀장한테 구박 받은 이야기들 ----
답사기는 읽었느냐,
선베는 도대체 여기 왜 왔냐
이렇게 가면 8시간도 더 걸린다...
오늘 안으로 하산하기 어렵게 된다...
나로 인해 팀 모두의 스케쥴이 다 엉망이 된다.
요 근래 간 산중에서 제일 높은산이 어디냐? 다이센이라 했더니
다이센은 산도 아니란다.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얼마나 기도도 많이 하고 왔는데...오 주여!
다리도 아프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걸어 지치고 힘이 다 빠져 제정신이 아니다.
다리 쥐를 풀고 가야한다며( 사실 쥐때문은 아니었지만) 뒤에서 함께 가던 후배부인이 자기는 등산강사라면서
옆사람 배낭을 두개 깔고 거기 누우라고 하고 신발을 벗기고 다리를 꺾고 푸는데 내 의지는 다 없어지고 그냥
몸을 맡기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만 들었다.
다행히 뒤따라 주는 후배는 "선배님 걱정말고 선배님 페이스대로 가세요" 하고 격려해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천천히 혼자 올라가고 싶은 마음만 들고 이 길이 하산길이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건데 하고
집행팀을 원망하기도 하면서...
멀리 태평대가 보이자 뒤의 후배가 반가워하며 말했다.
"선배님 이제 다 왔어요"
태평대 | 태평대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
솔밭 산길을 다 올라가 태평대 철문에 도착하니 철문이 잠겨있어 못 들어간 몇몇이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서성준도 보였는데 먼저 온 수자도 구석에 앉아 기다렸다고 한다.
마중 온 태산 가이드를 따라 옹벽 옆으로 빠져 나오니 거기서부터는 계단이 시작되고
힘 좋은 태산 가이드와 후배부인 둘이 내 양팔을 끼고 계단을 뛰어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기다리던 친구들을 다 제치고 삽시간에 오히려 먼저 무사히 옥황정 식당 신게빈관에 도착.
시간은 1시 반. 산행시작한지 겨우? 5시간 반 정도 걸렸으니 그리 많이 늦은 것도 아니네.
(늦는 사람은 6시간정도 걸릴꺼라고 그랬으니...)
식당에 들어와 식탁에 앉으니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에 다리 아픈것도 다 저리가고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먼저 온 팀들도 그때서야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먼저 온 숙자도 반가워하며 맞아주네.
배가 고파 밥인지 무언지 모르게 마구 함께 섞어 먹어댔다.
퉁퉁 부은 오른다리 종아리에 최선배가 오빠같이 자상하게 파스를 붙여 주었다.
2시 반에 모두 식당 앞에서 단체사진 찍고 하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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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나오니 어찌 추운지 덜덜 떨며 옷을 껴 입었다.
경황없고 내려 갈 일이 걱정되어 기념사진 한 장 못 찍고 바로 하산 시작했다.
오늘 하루종일 바람때문에 케이블 카가 운행을 안 해 B팀은 올라오지도 못 했고
우리도 다 걸어 내려갔다.
운영팀에서는 관촉봉 쪽으로 가느냐 마냐 하다가 너무 늦어 그냥 바로 하산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안개 자욱한 하산 계단길
내가 내려 가는 일을 걱정했던 조력팀들이 내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더니
"어! 이젠 정상이네요." 하며 신기해 했다.
다리는 좀 아프지만 내려가는데는 숨이 안 차니 힘이 안들고 난간이 있는 곳에서는 뒷발로 내려가기도 하고
스틱을 짚고 내려 가기도 하면서 1시간 못 걸려 셔틀버스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내려오는 도중 해가 나고 더워져서 옷을 한 가지씩 벗기도 했다.
거의 다 내려가다 늦게 와 잠깐 계단을 올라오는 B 팀을 만나기도 했다.
B 팀은 어느 호숫가를 걷거나 쇼핑센터를 들르기도 하며 점심은 샤부샤부로 푸짐하게 먹었다고 자위.
B팀 어느 후배는 버스에서 불평하며 말하길 태산왔다 태산도 못 가고 이게 뭔가 화가 나더라고....
셔틀로 버스정류장까지도 꽤 한참을 내려온다.
태안 국제호텔에서 저녁먹고 3시간정도 걸려 유방으로 가 거의 10시경에 국제금융호텔에 투숙.
워낙은 먼저 맛사지부터 받고 호텔로 가겠다고 하더니 너무 늦어져서 호텔에 밤 12시 전에 도착 못 한다고
맛사지는 내일 받기로 하고 그냥 호텔로 갔다. 지쳤는데 오히려 다행.
나와 수자는 산행시 도와준 후배들에게 고마운 표시를 어찌해야 할찌 걱정했는데
다행히 술값을 한국돈으로 15만원만 찬조하라고 해서 不敢請이언정 固所願 이라!
어찌 다행스러운지.... 수자와 함께 가져 온 중국돈 톡톡 털어 800엔을 술값으로 내 놓았다.
그 날 스폰서 덕분에 수고한 사람들 다 데리고 나가 모두에게 술 사주었다고 팀장이 공식석상에서 얘기 해 주었다.
마지막 날 만찬장에서 ( 산행을 도와 준 후배들. 33회 유재복 박제영)
마지막 밤 14회 단체사진
(다리땜에 구부리기 어려워 수자에 의지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번 산행이 올라가 보고 싶은 욕망만으로 무모하게 따라 나섰고
뜻하지 않게 다리에 상처까지 입을 줄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나 자신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 고생을 안겨 주긴 했지만 동창산행에서 젊은 후배가 늙은 선배를 도와
산행을 함께 해 주는 것은 당연하고,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누구말처럼 그렇게 챙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계속 후배들이 부축해 줬던 건 아니고
태평대까지는 느리지만 혼자 올랐고 태평대 지나 층계부터 식당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가이드와 후배가 팔을 끼어주고 빨리 식당까지 온 거다.
수자도 아마 나처럼 여기서부턴 누가 부축해 주면서 온 모양이다.
예정 시간에서 그리 많이 초과한 것도 아니고, 단체일정에 차질을 준 것도 아니었고,
힘든 가운데서도 끝까지 정상을 올랐고 아픈다리로 하산까지도 무리없이 마무리했다는 일이
기쁘고 스스로도 대견하기까지 할 뿐...
~~~~~당시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산.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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