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선재길

2019. 1. 23. 00:51등산


2019. 1 총동 첫 산행.


이 길은 가을 단풍들 때 걸어야 멋진 풍광을 흠뻑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이런 삭막한 겨울날에 걷게 되다니...


 허기사 그런 가을날엔 다른 명산에 가지 이런 트레킹 코스를 결정할 리 없는 총동 산악이지.

그리고 그런 가을 날엔 인파가 몰려 이 좁은 트레킹 길을 제대로 걷기엔 힘이 들것 같기도 하다.


가물어 먼지가 걱정스럽다고 하더니 다행히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차도에는 차가 다닐 땐 먼지가 많이 났지만 차도와 좀 떨어져 있어 큰 영향은 없었다. 


 언제고 한 번은 꼭 걸어보고 싶던 코스였다.

 눈이 내려 쌓여 있으면 비로봉 산행을 안 하고 이 트레킹 코스를 택하겠다고 했는데

눈은 안 내렸지만 비로봉코스로 결정하지 않고 이 길을 택해 준 운영팀이 고맙고 기뻤다.


하! 이젠 헉헉대며 가파른 산을 오른다는게 자꾸 버겁게 느껴지고

둘레길정도나 걷고 싶어지니 큰일이네!


물론 열열 산행강자 몇몇은 이 길 걷기가 성에 안 차 굳이 비로봉을 들러서

 이곳을  거쳐 목적지로 오기도 했다.


보통은 월정사에서 시작해서 상원사로 간다하는데 우리팀은 식당 문제도 있고,

혹 비로봉을 산행할지도 모르겠어서인지 상원사를 시작점으로 먼저 관람하고

월정사를 향해 걷게 되었다.

상원사가 더 높이 위치해 있어서 아래쪽에 있는 월정사로 향해 걷기엔 이 방향이 더 편하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내려 직코스인 계단을  이용, 상원사로 진입.


상원사는 월정사의 末寺라 한다

 문수보살을 모신 법당.

워낙 문수보살을 모신 절인데 마침 세조가 이 곳으로 와서 냇가에서 목욕을 하려하자 어린 문수동자가 나타나 등을 밀어주자 피부병이 다 나았다는 설화에 맞춰서 문수동자를 문수보살 옆에 함께 봉안해 놓은 법당이다.


'文殊 '는 지혜를 뜻한다는 말이란걸 오늘 알았다

 


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같네, 츠츠츠... 흉칙하다.


사실 이 절에는 경주 에밀레종보다도 더 오래된 동종이 있고 세조를 자객으로부터 구해 준 고양이 석상, 적멸보궁등 몇가지 둘러 볼만한 시설물들이 있지만 몇 년 전에 와서 다 자세히 보았고 우리는 가야할 길이 바빠서 대부분 앞에서만 훑어 보고 사진 몇장 찍고 다 내려갔다.

황금빛이 번쩍이는 이 봉황새는 날아 가려는 자세인가, 내려 앉은 자세인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온 선사가 사리를 모실 장소를 찾던 중 여의주를 입에 문 봉황새가 나타나 이곳을 점지해 주었다는 설화 속의 봉황새란다.

如意珠는 龍의 입에나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새입에도?

몇년 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이 품위없는 새와, 문수전 앞에 있는 새로 세운 5층탑은 너무 신품이라  고색창연해야 할 절 분위기를 망쳐 놓고 있다.

 


상원사 입구에 세워진 석비 와 상원사 문수전 현판

글씨를 신영복교수가 썼다 하니 기분이 묘하네.

소주병의 '처음처럼' 의 글씨를 쓴 사람 인데 우리나라 켈리그라피의 원조?

'오대산 상원사'

옆에는 낙관처럼 '적멸보궁'  '문수성지'라 새겼다.

문수전

추사체를 연상케하는 글씨다.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었던 신교수는 현대적인 자기만의 글씨체를 창안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그의 글씨를 걸겠다고 부탁한 주지스님의 사상이나 발상이 너무 요즘세태적인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상원사에서 10회 조정호선배님과 박임성선배님이 동시에 찍어 주셨다.

(우리 둘째언니와, 월남전에서 산화한 우리 사촌오빠가 10회이다.)


아주 추울 줄 알고 목도 감쌌는데 걷다 보니 오히려 더워져서 빼고 시원하게 하고 걸었다.


우리14회는 여자가 3명 갔는데 함께 간 수자는 불러도 꾸물거리고 안 와서 숙자와 둘이서만 찍었다.



이제부턴 명찰을꼭 차라고 새로 다 나눠주어서

가다가도 명찰이 앞에 있는가 없는가로 우리 팀들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상원사는대충 둘러보고 바로 선재길로 향해 하산.

 더구나 성미 급한 숙자가 빨리 가자고 서둘러서, 수자를 찾다가 포기하고 급히 내려갔다.

(그 앤 우리를 못 찾아 후배들을 따라 적멸보궁까지 올라갔다가 B 코스인 선재길 1/3 만 걷고 버스로 왔다)


선재길은 총 10.7k 의 둘레길인데 경사는 별로 없고 계곡을 끼고 가며 계속 계곡을 건넌다.

얼음위로도 건너고 출렁다리. 나무다리 ,징검다리를 건너고 ...

계곡물은 다 꽁꽁 얼어 있었고 길엔 잔 돌들이 많아 돌부리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얼음이 깔린 길엔 누군가가 미리 모래를 덮어 놓아 미끄러질 염려는 없었다.

총 3시간 예정했는데 빨리 걸으니 2시간 반 정도 걸렸을까?

걸으며 본 경치들을 올린다.

 


   

B팀은 출렁다리 건너 오대산장까지 와서 버스로 월정사로 간다.

전체의 1/3정도의 지점이다. 4K

여기서 부터 월정사까지가 6.7K 다


오대산장에서 화장실을 들러가야지 여기서부턴 월정사까지 화장실이 없다네.



선재길 초입.

선재길은 예전에 月精寺와 末寺 인 上院寺 를 스님들이 노상 오가던 길인데 

평생 구도의 길을 걸었다는 화엄경속의 善財동자의 이름을 따서 붙인 길이라한다.

 (위의 문수전 사진속의 문수보살을 자세히 보니

우측엔 머리꼭지 둘 달린 文殊동자 가, 좌측엔 善財동자가 서 있는게 보인다.)







쓰러져 있는 고목


출렁다리.

내 앞에서 숙자가 갔기 때문에 뒷모습은 다 숙자다.





다리 없는 계곡길 얼음위엔 누군가가 모래를 뿌려 놓았다.

고마운 사람...



또 다리...계속 다리를 건넌다.

계곡을 건너 걷다가 다시 건너고, 한 참 가다가 다시 건너고를 반복. 다리가 몇개인가 세어 볼 걸...



섶다리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다'는 속담이 있지. 섶이란 마른 풀.

이 다리는 건너지는 않고 옆으로 통과.


화전민들의 귀틀집 만들어 보기



조릿대 길


중간 중간에 이런 표시를 많이 붙여 놓았다.

날이 맑고 그다지 춥지 않아 걷다 보면 땀도 났다










길이 좋은 걸 보니 거의 다 왔나 보다.




이제 둘레길을 다 빠져 나왔다.

70 대는 벳살을 뺄 필요가 없다네요.

 


자그마한 폭포인데 이름은 거창하게 地藏폭포


나무껍질로 대강 만든 부처인데 이제 보니얼굴에 미소가 온화하다.


드디어 월정사에 도착.

오후 1시 15분이다. 오전 10시 반쯤 시작했으니 3시간이 좀 안 걸렸다.

늦어도 2시 반까지 도착하라고 했는데 상당히 일찍 온 셈이다.









젊은 애기 아빠한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인데 탑모습이 전체가 다 나오게 잘 찍어 주었네.



산악팀에서 가는 둘레길 걷기는 산보가 아니다.

 경치구경하며 슬슬 걸을 수 없다. 속보로 빨리 걸어 예정 시간보다 좀 이르게 도착해야지

꼴찌로 도착하면 식당에서 밥도 늦게 먹어야 하고 빨리 떠나는 버스도 탈 수 없다

좀 일찍 떠나는 버스를 타야 서울에도 좀 이르게 도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놀며 내려오는 후배들을 마냥 기다려 마지막 차를 타면 오밤중에 도착하게 된다.


오늘은 너무 숲이 황량하고 땅도 메말라 정취가 없었지만

좋은 계절에 와서 숲향기 맡으며 천천히 다시 걸어보고 싶다.


월정사 전나무 길도 걸으라 했지만 생략하고 그냥 버스에 올랐다.

전나무가 그리 빽빽하지 않고 듬성듬성해 생각처럼 멋지지 않은 길이다.


오대산장 근처에서  숙자가 싸온 샐러드 빵 한 개와 귤 한개를 먹었는데 좀 시장하네.

버스로 식당으로 가 담백한 황태국백반으로 허기를 달래고...


숙자와 나는 늦게야 식당에 나타난 수자와, 혼자 비로봉으로 올라간다 하고 소식이 끊긴 

오박사를 빼놓고 1호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귀경길은 행락철이 아닌데도 막히고 막혀 아침에는 3시간도 안 걸린 길이 거의 5시간이 걸렸다.

원행산행은 이런 게 문제다.

2시 45분에 출발했는데 7시 반이 다 됐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다리 허리가 상당히 뻐근하다.

사실 산행이 걱정 되서 1주일 간 산행 준비로 아파트를 두바퀴씩 돌았었는데

걷는데 좀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3시간 여를 별로 쉬지 않고 계속 급히 걷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재작년에 걸은 바이칼 둘레길 27K. 7시간 걸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향적봉을 곤돌라로 올라 걸어서 하산.  (0) 2019.06.19
총동산악 시산제에서  (0) 2019.02.19
올 한 해가 저물어 가네...  (0) 2018.12.19
총동 오서산 억새 산행  (0) 2018.10.23
14 동기 가을 산행여행  (0) 2018.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