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연습

2018. 7. 13. 18:12서예수묵

 

 

그림을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시를 찾게 되면 기쁘다.

요즘 배우는 소나무 그리기가 재미있고  시도 너무 좋다.

강사가 체본을 주어 그리고 시는 내가 찾아 쓴다.

강사들은 그림에 시를 써 넣는 것을 안 좋아한다.

짧게 畵題 만 쓰라고 한다.

나는 시가 좋아 써 넣고 싶어 하는 것.

 

예전 강사에게 배우던 방법

(그림이 요란하지 않고 솔잎 그리기는 먼저 연하게, 좀 마르면 다시 진하게

 몇 번을 반복, 덧칠하라고 했는데...)  戊戌年  2018년

체본을 복사해 주면 열심히 模寫한다. 소나무 그림은 다 남의 그림을 체본으로 주었다.

 

 

 

春至白草綠 (춘지백초록)           

           봄이 되니  온갖 풀 푸르고

陂澤聞鶬鶊(피택문창경)    

물가엔 징경이 울음 소리 들리네

別家投釣翁(별가투조옹)     

누구일까 낚싯대 드리운 저 어른 

今世滄浪情(금세창랑정)  

속된 이 세상에서도 맑은 뜻    

지닌 분이시리라.

 

唐 시인 尙建 의 '漁浦'  中 一部

 

강사가 직접 그린 체본이 아니고 남의 작품을

 가져온 듯...

(그림을 다 그리고 마른 후에 그림 전체에 붓으로 물칠을 하고 덜 말랐을때 물에 색을 타서 바다, 하늘색을 칠한다.)

 

 

 

 

釣春江上 독조 춘강상

홀로 봄강에 낚싯대 드리우니

 

春江引趣長 춘강 인취장

봄강의 정취가 마냥 길구나

 

斷煙棲草碧 단연 서초벽

풀밭에 서린 안개 파랗고

 

流水帶花香 유수 대화향

꽃잎 떠가는 강물 향기롭다

 

心事同沙鳥 심사 동사조

마음은백사장의 갈매기와 같아

 

浮生寄野航 부생 기야항

뜬구름 같은 인생 쪽배에 실었노라

 

荷衣塵不染 하의 진불염

연잎 옷은 애당초 먼지에 물들지 않으니

 

何用濯滄浪 하용 탁창랑

무삼 창랑수에 빨래를하랴

~戴叔倫 시~

 

 

 

 

추사 김정희 의 세한도.  제자 藕船 李尙迪 (우선 이상적) 에게 그려 준 그림

  화제 歲寒圖 옆에 제자 藕船(우선)에게 '이것을 감상하시게' 藕船是賞(우선 시상)이란 글을 썼다.

 

제자 이상적은 이 그림을 가지고 중국에 가서 여러 학자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에게서 많은 찬사의 글을 받아서 이 그림과 함께 엮어 왔는데

이 그림은 일제 때 돌고돌아 일본인의 수중에 들어 간 것을 손재형씨가 간신히 되찾아 왔다 한다. 

 

 

 

 

 

歲 寒 然 後 知 松 柏 之 後 凋 也

(세한연후 지 송백지 후조야)

 

날이 추워져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잣나무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자님 말씀)

 

오른 쪽 고목만 소나무이고 옆의 세 그루는 잣나무인듯하다.

入室常疑雨   無煩繪水聲

이 집에 들어오면

항상 비가 오는 것 같으

번거롭게 빗소리 그릴 것 없다.

 

晴林朝合爽   陰壑夜生明 

갠 숲엔 햇빛이 상쾌하고

으슥한 구렁엔 밤에도

맑은 빛이 난다.

 

鄭重名山業  飄然不世情

정중한 명산의 좋은 별장이요

 티끌세상의 정이 아니로구나

 

松風凉到骨  詩夢百般淸 

솔바람이 서늘하게 뼛속에 스며드니

시인의 꿈은 언제고 이렇게 깨

끗하구나

 

 

(추사 완당이 누구의 별장에 대해서 쓴 글인데 여기다 대입해 보았다.)

 

 

 

 

 

湖上春來似圖畵  (호상 춘래 사 도화)    호수에 봄이 오니  그림같은데

亂峰圍繞水平鋪  (난봉 위요 수평포)     산봉우리들이 에워싸인 수면은 잔잔하네

松排山面千重翠  (송배 산면 천중취)     소나무 가지런히 천겹 비취색으로 산자락 수를 놓았고

月點波心一顆珠  (월점 파심 일과주)     밝은달 호수 한 가운데 한 알 구슬로 박혔네


                                       ~白居易 시~

 

 

2019.

새로 바뀐 강사는 솔잎을 단번에 확 진하게 그리고 가는 붓으로 가장자리 솔잎을 찍듯이 그린다.

탯점도 진하고 굵게 여러 군데에 찍고 곁가지도 많이 벋어 나오게...

체본도 다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다 그리면 보정해 주는데 어느 정도 그린 그림만 보정해 주지

아주 제멋대로 기법도 맞추지 않고 그린 그림은 아예 보정을 안 해 준다.

 

 

 

懸 崖 千 年 不 老 松

2019.10.1

 

한 발만 더 디디면

 벼랑인데

 

바로 거기에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가 있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는

바르르 떨고 있지만

 

에멜무지 금방

새로 변해 날아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아슬함으로

 

잔뜩 발돋움한 채

바르르 떨고 있지만

 

아직도 훌

날아가지 않고

 

서 있는 저 나무

 

기다리린 것은 무어

 

~송재학 시~

 

송재학 시인은 치과의사로 경상도 지방에서 개업하고 있다 한다.

 

 

 

내가 선을 가늘게 그린 그림에 강사가 탯점을 굵게 더 찍고

곁가지를 여러 개 더 그려 넣고 솔잎색을 진하고  가닥가닥을  더 퍼지게 그려 넣었다.

바위에 붙은 이끼도 더 굵게 그려 넣었다.

 강사는 선이 굵게 그린다. 그래서 혹가다 그림이 지저분한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畵題를 생각해 내지 못 해 그림만 그려 가지고 왔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 낸 畵題 몇 개.

 

秋 來 鶴 飛 松 葉 厚 (추래학비송엽후)

가을이 오니 학이 날아 오고 송엽은 두터워지네.

 

또 한 편은

寒 巖 露 根 松 (한암노근송)  蒼 空 飛 翔 鶴 (창공비상학)

차거운 바위에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가 꿋꿋하게 서 있고

푸르른 가을 하늘엔 학이 비상을 하네.

 

 寒巖이라 가을이 아니고 겨울같은 느낌이다.

가을을 읊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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