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남매탑까지 산행기

2017. 4. 20. 01:26여행 이야기

 

4월 16일 일요일


총동산악에서 올린 1년 산행 계획서에는 4월 계룡산 산행이 갑사에서 동학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되어 있어서 년초부터  4월엔 꼭 이 계룡산 산행을 따라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 가족이 대전쪽으로 여행 가서 점심 후

갑사쪽으로 가 계룡산을 올라 남매탑을 보고 동학사 쪽으로 내려온 일이 있었다.


내려올 땐 그만 날이 다 저물어 아무도 없는 캄캄한 산길을 내려오게 되어 

 나는 무서워 걱정을 했었는데


남편은 이 길을 잘 알아서인지 " 걱정마, 다 와 가니.." 하며 우리를 안심시켰고 

초등학교 2학년이던 작은 아들은 계속

"아빠, 조심해!" 하고 오히려 아빠를 걱정했었다. 거의 다 내려 왔는지

동학사 쪽으로 차를 옮기고 기다리던 우리 차 운전기사가 기다리다 못해

우리를 찾아 산으로 올라 오고 있어서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얼마나 마음을 놓았는지...


그 때 평상복에 등산화는 커녕 운동화들을 신고 스틱도 없이 그 미끄럽고 가파른  돌길을

 내려온 걸 생각하면 참 젊음이 좋은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아마 그때는 요즘 다들 가는 코스인 관음봉이며, 자연성능 삼불봉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그쪽은 위험해서  산행코스로 다니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여기저기 계단이며, 난간이 다 설치되어 있어서 계룡산이라면  으례 이 코스로 종주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답사팀의 답사기를 읽었을 때 일단 시간이 너무 걸리고 험한 돌길인 A코스는 아예 진즉에 포기했고

B코스로 여유롭게 다녀 올 작정을 하고 떠났다.


오전 7시 20분 출발예정에서 10분가량 늦게 교대 역을 출발, 죽전들러 몇명을 더 태우고 

휴게소 한 번 들른 후


10시 경에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

단체사진 찍고 구호 외치고,




10시 40분쯤  출발


동학사 방향으로 모두 함께 출발


동학사 매표소 앞에서 A 팀은 동학사 쪽으로 계속 직진하고

( 동학사-은선폭포- 관음봉- 자연성능- 삼불봉- 남매탑-큰 배재- 천정탐방센터)


B 팀은 우측으로 꺾어  천정탐방지원센터 쪽으로 포장길을 올라갔다.

( 천정탐방지원센터- 천정골- 큰 배재- 남매탑 상원사-원점회귀)


우리동기 7 명중 나혼자만 B팀을 택해서 홀로 빠르게 진행을 했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 바로 산길이 시작되고 길은 처음엔 평탄하게 계곡을 끼고 간다

산에 진달래가 별로 보이지 않는게 좀 이상하다.

계곡에선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 산 오르는데 친구가 되어 주었다.


점점 길은 돌이 울퉁불퉁 많이 깔리고 막돌로 층계를 이루기도 하고 혹 잘 만들어 진 계단도 있다.

좀 지루한 길이 계속 된다.


요즘은 산행 초입에서는 늘 힘이 들어 나이를 생각해서  총동산행은 이젠 그만 둘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산행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참석을 해 주는 80대 원로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장거리 산행을 따라 다니고 싶지는 않고 혼자서 슬슬 동네 산이나 다니면서

건강유지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 정도 산행이 진행되면 아무 생각없이

그저 목적지를 향해  땀을 빼며 오르는데 열중하게 되고

산행을 마치고 났을 때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또 따라 오게 되는 것이 아닌지...


이 나이 또래의 앞 뒤 깃수 여자 동창중에 이렇게 산을 오르는 사람은 우리 14회 엄** 한 사람외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여자 나이 70대 중반의 이 나이에 당연한 사실이겠지. 


중간에 잠시 목 축일 겸 쉬며 오렌지를 먹고 있는데 그제서야 산악회장을 비롯한 B 팀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우루루 올라온다.

내가 먼저 올라온 것이다.

후배 몇 명에게도 오렌지를 주고 그들 뒤를 따라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카메라를 멘 이윤* 후배 입에 오렌지를 넣어 주자  사진을 찍어주었다.)


젊은이들이라 성큼성큼 잘들 올라갔지만 큰배재 쯤에선가 그들은 쉬고 있을 때

나는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남매탑 못 미쳐 너무 덥고 아침을 일찍 먹고 출발해서인지

좀 에너지가 빠지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듯 해서 뭘 좀 먹고 마저 올라갈 까 하는데

 바로 코 앞에서 절에서 울려나오는 설법소리인지가 크게 들리는게 아닌가.

이 층계만 오르면 바로 남매탑이고 상원사임을 깨닫고 그냥 물만 마시고 바로 다 올라갔다.


1시간 조금 더 걸린 12시.

남매탑괴 상원사앞에 도착



       산 위 라서인지 나무는 아직도 잎이 돋지 않아 썰렁.


(난 핸폰을 안 가져 온 줄 알고 산에서 사진 한 장 안 찍어

이 사진은 총동에서 박후배가 올린 것중 따 온 것. 

나중에 가방을 열어보니 핸폰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한심한지고...)


                  상원사


이곳엔 약수가 있어 졸졸 나오지만 식수 보충을 할 수 있고

해우소도 있고

낮 12시엔 국수 공양도 할 수 있다.

(평일에도 주는 지는 모르겠다)



소변이 급해 상원사 해우소을 들러 나오니 절 마당에 공양국수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몇 명 안 된다.

도착 처음엔 볼 일만 보고 바로 삼불봉으로 올라 가려던 생각이었지만

배도 고프고 '에라 여기서 국수 한 그릇 먹고 갈까 ' 하는 생각으로 줄을 서서 국수를 받으려는데

뒤에서 "인숙씨 언제 여기 왔지?" 하는 낯익은  소리

A 코스로 간 줄 알았던 최장군과 오박사가 국수받으려고 바로 뒤에 서 있는게 아닌가

나는 놀라서 "아니 A 코스 벌써 마치고 여기까지 온거예요?"

했더니 그 쪽이 험하다고 해서 그냥 이쪽으로 온 거라나?

의외네! 그렇게 산을 잘 타는 기운 좋은 늙은 장정? 둘이 다 A코스 포기하고 이쪽으로 오다니...

어라,이 사람들도 이젠 완전 늙은 것인가? 몸을 사리네.

 

상원사 국수 맛이 생각보다 훨 좋다.

멸치도 안 썼을 텐데도 국물도 맛있고 고명도 표고, 유부, 김치 하며 수북하게 얹어 준다

 관악산 비빔밥보다도 훨씬 고명이 많고 맛이 좋다.


아무튼 급히 다 먹고 삼불봉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급히 오르는데

아... 정말 돌계단이  험하고 가파르고 까마득하다. 저 꼭대기 까지 오르면

다시 무지막지한 철 계단이 기다리고 있겠지.

10분 정도면 오르게 될꺼라는 말은 어림도 없고 내가 다 오르려면 30분은 걸릴 것 같다.

그러면 왕복 1시간... 1호차가 떠난다는 2시까지 버스 있는 데로 내려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안 잡아도 주차장 까지는 1시간 이상이 걸릴텐데. 

그리고 그 버스는 시간 맞춰 떠나는게 아니고 사람이 다 타면 바로 떠날 텐데

 B코스 온 사람이 꽤 많았던걸로 보아서는 그 사람들이 다 내려가 타면 시간 전이라도 그냥 떠날 것이 아닌가

 그 버스를 놓치면 하릴없이 4시까지 A 팀들을 기다려야 할 판이고 그 시간에 뭘 한단 말인가.




  삼불봉으로 올라가는 첫뻔째 돌 층계


다시 이런 철 계단을 올라가야 된다




난  돌계단을 중간정도까지 오르다가 그냥 되돌아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박사가 오르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영*씨, 난 그냥 내려 갈래. 너무 계단이 많아." 그랬더니 그는 돌계단 끝지점을 가리키며

"조기 까지만 올라 갔다 내려 가자" 한다.

" 거기나 여기나 똑같지 뭐, 올라 갔다 와요. 난 내려갈게."

"그래요, 그럼"


난 다 내려와 남매탑 갈림길 까지 와서,   

답사왔던 후배가 절대 그리로는 내려가지 말라던 동학사 가는내리막길로

내려 가기로 작정을 했다.

길은 험하겠지만 직하코스라 빨리 내려 갈수 있겠고

주차장 향하는 평지길 부터는 막 뛰어 갈 수도 있을테니 버스시간에 늦지 않겠지.


12시 30 분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임없는 직하 코스로 바닥엔 미끄러운 돌들이 제멋대로 깔려

잘못 밟아 미끄러질까도 겁나고 돌을 잘못 밟아 꺾여지면 발목이 접질릴것도 같다.

신경을 바짝 세우고 쉬임없이 내려왔다.



1시 20 분.  50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제부터는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버스까지 가야 한다.

달린다고 해봤자 남이 보면 걷는 정도겠지만...

노인의 특징중 하나,

'자신은 달린다 생각하는 데 남이 보면 걷는 것'   어디서 온 카톡에서 보고 웃은 글이다.


드디어 버스에 도착 1시 40분.

버스에는 원로급들이 벌써 느긋하게 앉아 쉬고 계시고

이 분들은 산엔 아예 안 가시고 동학사 관람만 하고 식당에서 점심 잡수시고 오신 것이다.

아침에 10회 조선배님들한테 남매탑까지 다 가실거냐고 물었었는데 대답이 

"남매탑은 무슨... 적당히 올라가다 오는 거지..."

그러셨고 90세가 넘으신 박붕배 선생님께도 

 "어디까지 올라가실껴예요?"  하고 물었더니 기분 나쁘셨는지

 "나도 B코스는 다 해"  하고 대답하셔서 할 말이 없었지만 그분들의 B코스란

그냥 아래서 산책하는 것이란 걸 이제 알았다.

 

산 오르며 보았 던  여자 후배 둘도  좌석에 같이 앉아서 졸고 있다.

남매탑까지 갔다 온거냐고 물었더니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 왔단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빨리 올 수가 없지. 내가 얼마나 헐레벌떡하고 온건데

나보다 빠를수가 있겠어?


2시 15분

B코스  오르던 젊은 후배들도 속속 도착하고,

계속 인원점검을 하던 운영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머지 인원들이 두 버스에 다 탈 수 있는 숫자가 되자

A코스를 다 마치고 땀을 뻬며 막 도착한 11회 유선배님을 마지막으로 우리 버스는 출발했다.

 난 산에서 만난 오박사와 최장군이 혹 오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산에서 아직 안 온건지

A코스 간 우리 동기들과 같이 가려고 어디서 놀고 있는건지 나타나지 않았다. 


귀가길, 이 차는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오늘 특별히 계룡대를 방문하기로 되어있다.

 해군 중장이 있는 29 회가 주선한 것이다.

산악회장을 비롯한 29회들은 오늘 여기 가려고 집행부 한 사람만 제하고

모두  A코스를 안 가고 B코스를 택했고

그나마도 남매탑까지도 안 가고 중도에서 뭐만 먹고 하산한 것 같다.


김 중장이 마중 나와 차로 앞에서 우리를 인도해 가까운 거리인 계룡대로 들어가

 몇 군데 옮겨가며 설명을 듣고  둘러 보았다.


우리 버스 선두에서 인도해 나가는 김 중장 차


              위령탑

                       김중장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

   29회 들은 자랑스러운 동기 김중장에 대한 자긍심으로 계속 즐거워했다.



사복입고 설명 중인  해군 중장.

몇 년전 일본 원정산행  갈 때도 동해시에서 해군함정 안에서 우리에게  안내와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뒷건물은 미국 펜타곤 기지를 모델 삼아 지은 8각 건물. 층별로 육해공군 기획부가 들어있다.


     (신도비)                조선 개국시 정도전이 도읍지로 생각했던 곳, 신도안이 여기 앞 천왕봉 아래다.


왕궁을 짓을 때 사용했던  추춧돌이며 석재들을 모아 놓았다. 


이계룡산 천황봉은 음기가 강해 옛부터 무당들이 많이 와서 기도하고 기를 받고 가기도 했는데

계룡대가 이 천황봉 밑에 자기를 잡자 양기가 넘쳐나게 되었고 음기가 점점 약해져버려 요즘은 무당들이

 날 찾지 않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


30여분간 머물며 설명듣고 기념사진 촬영후 서울행.


6시 경에 서울 도착하고 일찍 귀가해서 씻고 세탁하고...

갑자기 허기가 져 와서 생각해보니 오늘 낮에 국수 한 그릇밖에 먹지 않은거다.

에너지를 많이 썼는데 허기가 오는게 당연하다.

(물론 과일과 약식 한 덩이를 먹긴 했지만...)


A 팀중에서 하산시 발목을 다친 후배가 있어 뒷팀들 귀경 출발이 늦어진 것 같다.

빨리 오길 잘 했단 생각이 들지만 산에서 발목 다친 사람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태산에서의 내 경우가 생각나서 연민을 정을 금할수 없다.

자기가 아픈 것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더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디고 일단 갔다 오면 별 것도 아닌데 가기 전엔 왜 그리 늘 노심초사하고 인터넷을 뒤져 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