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3. 14:37ㆍ여행 이야기
해남 頭輪山 大興寺 (두륜산 대흥사)
大雄寶殿 (대웅보전)
秋史 金正喜 가 제주도로 유배가는 길에 艸衣禪士 (초의선사)가 있는
이 대흥사(옛 이름 대둔사)에 들렀을 때
李匡師 ( 이광사) 가 쓴 이 대웅전 현판이 보기 흉하다고 당장 떼어 내라하고
자기가 대웅전 현판을 새로 써 주었다 한다.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의 눈엔 이 현판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또 함께 차를 마시던 禪房에도 무량수각이란 현판을 써 주고 갔다는데,
귀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이 절에 들러서는 마음이 바뀌었는지
예전에 달았던 그 이광사의 현판이 아직도 있냐고 묻고
다시 그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부탁해서 지금의 이 大雄寶殿 현판이
다시 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 읽은 유홍준의 완당평전에서 완당과 초의선사가 교유하던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 게 기억난다.
无量壽閣 (무량수각)
이 현판은 진품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명필이 썼다는 이 현판 아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无量壽閣 의 이 无 자는 없을 無의 古字로
無와 같은 뜻인데
우(尤) 와 혼동해서인지 무 字가 아니라고 우겨대는 친구들이 있었다.
또 이 글씨체가 隸書(예서) 가 아니라고 우기는 친구도 있었다.
반듯하게 정자로 쓴 글씨는 楷書(해서)
조금 흘려서 쓰면 行書(행서)
완전 못 알아 보게 흘려 쓰면 草書(초서)
납작하고 반듯하게 쓴 글씨 隸書(예서)
완전 알아보기 어려운 그림같은 글씨는 篆書(전서)
秋史(중년 이후에는호를 阮堂이라 썼음)도 명필이었지만
圓嶠 李匡師란 분도 당시 명필로서 상당히 인기가 있어
전라도 섬에서 유배생활하는 동안 전라도의 절이란 절은
너나 없이 그를 찾아가 이 분의 글을 받아 갔다고 하는데
끝내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 한 채 한많은 생을 마감한 분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燃藜室記述(연려실기술) 을 쓴 李肯翊이
이 분의 아들이다.
(연려실이란 말은 명아주 지팡이를 태운 방 이란 뜻으로 밤에 어두워
책 읽기가 어려워 명아주 지팡이를 태우며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고사가 있고 이 긍익의 호 라고 한다.
책의 내용은 태조이래 왕대의 사건을 기록한 野史라는데
고등학교때 배울 때는 무슨 기술을 적은 책인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제호도 아버지 이광사가 써주었다고...)
이 현판도 사실은 그가 유배되어 있을 때 써 준 것으로
이 글씨만 보면 별로 잘 쓴 것 같지 않지만 이 대흥사에 있는
다른 현판들도 그가 써 준 것이라고 하니 수긍이 간다.
行書체로 쓴 枕溪樓 (침계루 ; 계곡을 베게 삼아 누워 있는 누각)
枕 ; 베게 침
解脫門 (해탈문)
千佛殿 (천불전)
(초의선사 부도)
위에 있는 노인들이 쓴 글씨와,
젊고 패기 넘치는 정조대왕의 글씨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서산대사 영정)
이 표충사 의 祠 는 사당 사 이고 경상도 김천엔가도 表忠寺 가 있는데
그 寺 는 절 사 자다.
그곳도 사명대사인가를 모신 절이라고 들은 것 같다.
이 날 오후에 목포 유달산 노적봉 앞에 도착하여 우리 몇몇은 힘들여
전망대까지 올라 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곳 전망대 儒仙閣 (유선각)의 현판은
海公 申翼煕선생 이 목포에 들렀을 때 쓰신 것이라 해서 반가웠다.
(윗줄~ 심상근. 이건우. 정규학. 이수영. 정갑상. 윤중영. 박영준
아랫 줄~ 조민자. 김광자. 김인숙. 임순규. 엄숙자. 신호영. 김양자. 박연우)
民國 三十三 中秋
儒仙閣
申翼熙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해를 대한민국 수립으로 하고
민국 1년으로 쳐서 1951년에 쓰신 것이라 민국 33 이라 하신거다.
이 분이 쓰신 다른 글들에도 다 민국 얼마 라고 씌어 있다.
(이 현판은 낡은 원판을 올 해 다시 복원한 것)
지금 우리 역사책 다시 쓰기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을 언제로 하느냐하는 문제로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보느냐, 아니면 1948년 남한 정부 수립을
정부 수립 해로 보느냐 의견이 분분하다.
( 작은 할아버지가 쓰신 현판 앞에서 감회외 젖은 호영이)
막연히 경치만 둘러 보는 여행이 아니고 이야기를 찾아 살펴 보며
다니는 여행은 더 흥미 있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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