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트레킹 (2)
8시까지 호텔 옆 식당으로 아침식사하러 가야하는 데 수*는 나더러 커피거름종이를 들고 있으라고 한다.
난 산에 갈 땐 커피 먹지도 않는데, 커피 내려서 남자들에게 선심쓰려고 굳이 커피를 내려 가려하는
수*가 못마땅하고,그로해서 시간도 늦어 버렸고,
짐들은 가져가야 하나 어쩌나 했더니 다시 올라 올 것 없이 아예 다 가져가자고 하는
그애의 말을 듣고 다 끌고 갔다가 그렇게 챙피하고 무색할 수가 없었다.
자리도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따로 빈 상에 새로 상 차려 달라해서 먹어야 했다.
식사 끝내고 다들 방으로 다시 올라가 한 시간여를 지내다 오는데 난 로비에서 그애 화장실 간사이
그의 짐 지키며 혼자 방에 올라 가지도 못 하고 2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래 저래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나빴는데 날씨는 예상처럼 시원하지 않고 후덥지근해서
서울에서 두꺼운 옷들을 준비해 온 것이 화가 나고
더구나 두꺼운 추레닝까지 나눠 줘서 가방 채우기도 힘들지,
그렇게나 인터넷 찾아 보고 준비해 온 것이 겨우 이꼴인가 하는 자괴감, 속상함등등...
버스에서 내내 속 끓이며 시간 정도 걸려 체체궁봉을 오를 기점인 만즈쉬르 사원까지 왔다.
10시30분 경.
원로 회장님, 현 회장님, 단장님등 인사치례로 대강 서막을 끝내고 산행시작.
(절은 없고 표시만 있다)
문도 없는 야외 변소에서 볼일들을 보고 산을 오르는데
계속 갈등. 이 산을 올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울에서 올 때부터 왼 발이 저린 현상, 조금만 힘껏 걸어도 가슴끝에 오는 통증,
꼭 이번엔 B 조를 택하겠다고 생각하고 왔던 일,
꼭 무리하지 말고 잘 마무리 하고 오라던 정애의 당부도 생각나고...
처음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등성에서 초장부터 뒤쳐지기 시작했고
한 시간만 가면 얼굴바위가 있으니 B조는 거기까지만 갔다 오라는 얘기에
어디, 거기까지 가보고 결정 하자 하고 올랐는데
얼굴바위에서 사진 찍고 용기를 내 계속 오르려는데 언덕받이는 계속되고 헉헉 힘이 든다.
"이대로 가면 계속 꼴찌를 면하지 못하겠지...이런 언덕길이 계속 되면 너무 힘들거야.
재미도 없고. 에이 그만 가자,"
뒤돌아 내려오며 후미에게 우리 14회에게 나 내려갔다고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고
얼굴바위로 다시 내려 오니 20회 4명이 놀고 있다.
오는 비행기에서 내 옆에 앉았던 남자 20회 도 있고 박충남, 우리동기 임순*동생 임희*도 있다 .
몽골에서 직장일로 일하고 있다는 후배는 어제 선발팀과 바로 이 곳을 올랐었다 하며
"조금만 가면 좀 편한 길이 나올텐데요.. "하는 말에
나는 "그래요? " 하고 다시 올라갈까 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이젠 늦었지만요..." 하고 나를 포기시키는 거다. 아쉬운 마음. 참 착잡하다. 11시 40분이다.
오늘보다 내일 산이 더 좋으니까 오늘은 못 가도 내일은 꼭 가라한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올라야지...섭섭한 마음을 추스린다.
1시 반까지 버스로 내려오라 했다.
숲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함께 도시락을 폈다.
둥근 밥그릇에 위는 반찬그릇이 얹였고 밥 속에 호일로 싼 불고기가 들어 있다.
반찬은 두부조림, 멸치볶음,뭐 지지한 반찬들인데 다 짜다.
누군가는 '반찬이 짭짤하니 맛있네 ' 하는데 영 내 입에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그 후배가 그랬다. "조금 있으면 파리들이 냄새맡고 달려들걸요"
과연 이런 곳에 무슨 파리들이 그렇게 있었는지 냄새를 맡고 달려드네 .
남자후배들에게 밥을 많이 덜어 주고 먹는척만 했다.
숲을 내려 오다 시냇물에서 발을 씻은 후배는 물이 너무 차다고 잠깐을 담그지 못한다.
손을 씻어보니 아주 차다.
쉬엄쉬엄 내려오니 아주 너른 구릉 초입에 안 올라 간 팀들이 점심을 먹고 쉬고 있다.
우리 14회 정선*와, 임공*, 조진* 선배님, 13회 최문*선배,
15회 4명 등이 앞산의 경치를 보며 여기서 먹고 놀았다고 한다.
B팀 총 14명이 우리 1호 버스를 타고 관광에 나섰다.
우리버스 가이드와 다른 차의 여자 가이드도 산에 안 가고 함께 다닌다.
남자가이드들은 다 산에 간 모양이다.
우리 버스는 효도관광팀이라고 누가 말했다.
관광 게르촌 | 앞의 통나무모양은 실제 나무가 아닌 나무화석 |
카페내부. 다 골동품이다 | 옛 청황조가 사용하던 고가구들. 갑옷. 왕비가 쓰던 거울 벽에 줄줄이 걸린 여우, 늑대 이리 모피 이젠 야생동물보호차원에서 이런 동물수렵은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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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남자들은 연신 맥주를 사 마셨고 우리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옆에서 누가 먹고 있는 군만두를 보고 먹고 싶다고 했더니
"그걸 먹으면 저녁때 허르헉을 못 먹을텐데" 하고
안내 하던 후배가 말했는데 종업원이 우리가 시킨걸로 알고 만들어 내 왔고
13회 최문자선배가 내가 지불할게 하고 한 턱을 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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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아이스크림 위의 둥근것은 팥이 아니고 열매 | 군 만두(속에 양고기인지 소고기인지 들어 있다)
크기가 커서 하나를 두세명이 나누어 먹었다.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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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동안 비가 내리고 회오리 바람이 불어쳤다.
산에도 비가 오면 고생들 할텐데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별로 안 왔다 한다.
이 곳을 떠나 A 팀과 만나기로 한 한인이 경영하는 어느 수퍼 앞으로 가서 수퍼구경을 하고 화장실도 갔다
임공* 선배님이 커피 사 마시고 계시다가 내가 들어가자 1불 내고 사 주셔서 먹었는데 이 커피때문인지
밤에 잠이 오질 않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카페인이 센가?
이 건물 주인 한국 사장님은 이곳에 모텔 식당등 여러 곳을 운영하는 부자다.
이곳 은행 금리는 아주 높아 목돈 넣어 놓고 이곳에서 노후생활하면 좋을꺼라고 했다.
(이 곳 차들은 운전대가 왼쪽,오른쪽 차마다 각각이고 일제 도요다 차가 제일 많다. 국산차는 찾아 보기 힘들다. )
여기서도 20회들은 또 맥주를 사 먹었다. A 팀이 빨리 오지 않아 지루하기 한량없다.
A팀은 물이 부족해서 야단들이라고 하며 전화받은 가이드가 물 사러 큰 수퍼를 다녀 오기도 했다.
6시 반이 넘어 A 팀이 돌아 왔는데 모두 지쳐서인지 화가 잔뜩 난 모습이다.
15회 경희가 쥐가 나서 정상에서 지름길로 내려갔다는둥, 14회 호*이가 고생했다는둥,
왜 1호 버스는 와 있지 않는거냐는 둥....
아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거야. 이젠 끝인가 하면 또 길이고...
정수웅까지 이런 소리를 했다.
수*는 나더러 "그래, 잘 안 갔어" 하더니 그 후에 서울 와서는 나를 약 올리려는지
"니가 섭섭해 할까 해서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얼마나 좋았는데...
너무 꽃들이 예뻐서 앉아서 기도까지 했단다. 감사하다고..."
허지만 그 앤 그 다음 날 그 좋은 산행을 완전 망쳤고 계속 졸려서 승마도 못 했고
호*이도 그 다음날 산행까지 하고는 넙적다리가 아파 승마를 못 했다.
허지만 산에 안 간 나는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그 산이 어땠는지는 궁금하고
기다리며 허송한 시간이 아깝고 갈 수도 있었던걸 안 갔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B팀을 처음 해 본 나로서는 늘 B팀만 하는 사람들이 좀 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에 태산에서 B팀으로 밑에서 놀던 누가 말했듯이 "이럴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맘이 들기도 하지만
관광으로 오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보고 가겠지 , 관광온 셈 치자 하는 생각도 하며
내일산행을 기대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