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경북 외씨버선길 트레킹

renshu 2011. 11. 15. 00:34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시 승무에 외씨버선이란 단어가 나오던가?

아무튼 이 詩에서 따 왔다는 길 이름인데

경상북도가 개발해서 관광상품으로 내 놓으려는 트레킹 길이다.

경북에 사는 코미디언 전**씨가 제안했다는 이름의 길. 이름은 예쁘다.

이름처럼 길도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일행은 관광객 시범 첫 주자로 선발되어 춘양면사무소에서 기념사진 찍고 출발.

총 17km도 더 되는 코스인데 6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고 하며 안내자가 선두로 서두르며 걷기 시작. 

 

 

 

 초입에서 만난 권진사댁.

 

이 고장은 양반고장이라 이런 소슬대문 양반댁들이 여기 저기 있다.

 

여기서도 또 단체 사진 한 장 박고..

 

사진은 도에다 전송해야 한단다.

 

진사댁 툇마루에선 가을 볕에 곶감과 무말랭이가

보송보송 말라 간다.

 

 

 양반걸음 걷기체험장이란다.  양반이 웬 맨발?                           계속되는 신작로 길. 이런 길도 외씨 버선길?

                                                                                             이런 길을 지루하게 1시간 반이나 걸었다.

 

 

농가를 지나며 본 풍경들 

인삼과 사과의 고장이라. 곳곳에 사과밭과 인삼밭이다.


중간기점. 이 고장의 심벌마크 송이버섯 모양의 조형물

한적한 길가엔 쑥부쟁이가 우릴 반갑게 맞아준다.

 

호젓한 산길. 우리 일행 외엔 인적이 없다. 갈길이 급해 유유자적 걷지 못 하고 급히 걸었다. 관광따라 가면 어디서건 빨리 가야 한다는 강박증을 느끼니까...

트럭도 다닐정도의 넓은 외씨버선길


개천따라 걷는 뚝방길인데 길엔 자갈들이 많아 발 아프다.

주변 경광이 별로다. (우리 일행의 큰 형님)

외씨버선 같은가?  뚝방길도 너무 길어 지루하다.

 

산속 과수원에선 따 논 사과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목이 말라 좀 팔라해도 인부들이라 권한없다고 한 개도 안 판다.

밭에 버려진 사과를 줏어 먹어 보았더니 맛이 하나도 없어  한봉지 주어 담았다가 다 버렸다.

아스팔트 신작로 1시간 반 걷고 시멘트 포장길 한시간 걷고 흙 오솔길 한시간, 둑방 자갈길 1시간.

 

종착점.

12명만 종주를 하고 한명은 처음부터 완전 기권, 2명은 한시간 아스팔트만 걷다가 버스로 돌아가고

20몀은 5.7 km 앞두고 따라온 버스에 올라 종착점으로 이동.

완주팀은 1시간 반이나 더 지나서 절룩이며 도착했다.

아침은 8시에 먹었는데 점심은 다 도착한 후 오후 3시에야 먹었다.

 

이 고장이 주산지라는 춘양목은 일명 금강송이라 불리는 쭉쭉 벋은 소나무로 궁궐공사에

주로 쓰이던 재목이다.

일제때 이곳에서 이 춘양목을 한양으로 실어 가기 위해 억지로 역을 만들었다고해서 

"억지춘양" 이란 말이 생겼다나...

(전엔 억지춘향 인줄 알고 있었는데... )

 

아무튼 봉화구간 외씨버선길 트레킹은 선점이 많고 이름처럼  멋이 있거나 특색이 있는 길은 아니다.

오솔길을 상상했는데 별로 그렇지 못하고 중간 중간 휴식처라든지 화장실도 없어 불편하고

걷다가 이곳의 흔한 사과라도 사서 깎아 먹을 수 있는 판매대라도 있다면  좋지 않을까.

별 재미도 없는 길을 6시간이나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건지...

 

 

 

                                      설문지를 나눠주고 기입하라하는데  "이 길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겠습니까?"

완주팀조차도 모두 "NO"

이 코스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던 관광회사 인솔 직원도 영 별 멘트를 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관광코스로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힘들게 걷기만 하다 갈 사람이 있을지...

 

우리는 경북 道로부터 관광 시험팀이라고 해서인지 5000원짜리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곳의 재래시장을 들러 줘서 쓰게끔 해야 그것이 회수되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

서울가서 쓰라하면 경북 道로서는 무슨 득이 있다는 건지 원...

 

귀경길은 두시간 걸릴 길이 고속도로 정체로 5시간 걸렸다.

뻐근한 다리로 앞으로 며칠 힘들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