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단산 산행기

2016. 6. 8. 18:12여행 이야기



6월 5일 (일)

산행팀은 132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관광팀으로 그들은 느지막히 아침먹고 관광을 떠나기로 되어 있다.


산행팀은 아침 4시 알람소리에 깨어  일어나 5시에 호텔  부페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도시락과 물 한 병씩 받고 6시 출발예정이 늦어져 6시 30분이 다 되어 버스출발.

 

어디까지나 오로지 산행을 고집하는 14회 11명은 각오도 새롭게 출발,

나머지 3명은(정선*, 이건*, 장영*) 몸이 감당 못해  관광팀으로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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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단산에 대해 좀 알아보면 높이는 1332m.

연해주의 보석이라고 부르는데 산에 자생하고 있는 자작나무, 단풍, 가시오가피, 개암나무등

 활엽수들이 가을에 단풍이 들면 상당히  아름다워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그냥 비단산(緋緞山 붉은 비단산)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산 정상 근처부터는 돌, 바위들이 무작위로 많이 쌓여 너덜길을 이루고 성을 이루고  있으며

神이 옛 보하이(발해) 전사들에게 돌멩이를 내려 주면서 이 산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고

神이 만든 산이므로 善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다는 전설을 가진 산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실제로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같이에게 치성 드리는 당나무도 있다.


우리나라 어느 산악인들이 개발해서 산행코스 이루어 진 산이라고 들었는데 우리나라와 가깝고

특히 옛 발해땅이라는 의미가 한국인에게 더 크게 어필해서 한국인이 유독 많이 찾아 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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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로 이동 중 화장실 사용을 위해 한 번 들른 휴게소

                       (여기 화장실들은 유료라 모두 한꺼번에  요금을 계산 하고 사용)

                          


버스로 2시간 걸려 산근처로 가서 모두 처음 타 보는 군용 6육공트럭(까마즈)으로 50분을

 정글속을 더 달려 산행기점으로 가는데 그 길이 그렇게 엉망일수 없다.




언제쩍 쓰던 건지 모를 낡은 군용트럭에 긴 널빤지로 가로로 또는 세로로 네 다섯줄씩

좌석을  만들어 사람을 앉게 했는데


50분간을 요동을 치며 딱딱한 나무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까불어 댔고

우리는 이리 밀렸다 저리 밀리고 공중부양으로 엉덩방아를 찧어대고


혹 좌석에서 미끄러 떨어지기도 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 서로 옆사람 다리를 붙잡기도 하고,

가장자리에 앉은 사람은 수시로 "수그리" 하면 허리를 굽혀 나뭇가지와의 충돌을 피해야 했는데


길에 돌 투성이(이러니 차가 튈 수 밖에...)

허리나쁜 사람은 아마 허리가 다 상했을 테지만

다행이 우리 모두 산행을 가는 튼튼한 몸이라

"러시아 놈들, 관광객을 부르려면 길이나 제대로 갖춰놓지" 하고

욕을 하면서도 '이런 경험 또 언제 하리' 하는 마음으로 즐기며 좋은 경험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내 개인생각이지만 만일 이 길을 정비하고 산에도 이정표며 산행에 편한 시설을 해 놓는다면

버스도 산밑까지 갈 것이고 산 가이드 없이도 산을 다 오를테니 그러면 트럭주 며 산행 가이드 들이

필요없어질 텐데 여기가 생계수단인 그들이 그렇게 해 놓을 리가 없다)

  

트럭에서 내리자 또 한 차례 소동.

산에 진드기가 많으니 약을 뿌리고 가야 한다고 가이드가 나눠준 독한 스프레이를

 몸에 마구뿌려대니 독한 기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 코나 입으로 그 기체가 흡입되면

독해서 가슴이 아플 정도다.


양말을 다 바지 겉으로 올려 진드기의 몸속 진입을 차단하고  농꾼스타일로 산을 오르기 시작.



01

02

03

 모두 모두

 양말을 바지 위로 올려~~

 누구의 발일까요?





입산 전 이정* 회장의 주의 말씀 듣고 단체사진 찍고 산행 시작.


이래 저래 출발예상 시간이 1시간 정도 지나서 10시 반이 다 되어 있었다. 

오후 5시 반까지는 내려오되 정상고집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사람은 조금은 더 기다려 주겠다고 한다.


산은 처음엔 계곡을 따라 숲속으로 좁은 길이 완만하게 계속 진행된다.

숲속이라 해가 잘 들지 않아 뜨겁지 않다. 날씨는 추울꺼라 했는데 서울처럼 덥다.

풀숲에 사람들이 다닌 흔적으로  인해 길이 되었는데 가끔 나무에 파란색 페인트로 칠을 해

가는 길을 표시해 놓기도 했다,

전에는 길을 잃기도 하고 중도하산도 반드시 가이드가 인도해야만 가능했다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다 길이 되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길은 질척거리고 굵은 나무뿌리들이 땅위로 나와 이리저리 얽혀 있어

걸려 넘어지기 쉽고 그렇지 않으면 돌들이 삐죽삐죽 나와 있어

어제 내린 비로 미끈거려 조심스럽다.


이정표도 없고 몇 번 계곡을 건널때는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질까봐 조심해야 한다.


그 곳 가이드를 여러명 썼는데 선두에 가는 사람, 중간쯤에서 가는 사람,

뒤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한들 말이 안 통하니 영어로 뭘 물어봐도

 뭔소리로 대답을 하는데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가끔 영어를 알아 듣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잘 소통이 안 된다.

 

산악가이드 (옆에 나무에 달린 혹이 보인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숲으로 해가 가려져 뜨겁지는 않다.

(산에 오를 때는 가기에 바빠 사진을 찍지 못해 산길, 폭포등  사진이 별로 없다 )

 


가끔씩 쉼터에서 우리 동기들이 모두 만나면 물,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고,


원주민모습을 조각해 놓은 나무, 우리들 얼굴과 비슷?


계곡은 계속되고 작은 폭포도 몇개 지나친다.

물소리을 들으며  각자 자기 페이스껏  걸어 올라 어느틈에 계곡 끝지점까지 도달. 오후1시.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낀 호영이는 여기서 멈췄고

오수*와 오영*만 아직 안 온 것 같다 


우리 몇은  좁고 위험한 계곡끝 옆길을 돌아 50도 가파르게 경사진 비탈길을

헉헉대며 3,40분 더 올라 능선 다 못 간 중간 지점쯤에서 최장군과 금점*씨가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시간은 1시 30분. 산 정상도 이 시간까지 올라야 제시간에 하산이 가능하다했다.


이규*과 김복*이 여기다 배낭을 놓고 먼저 올라간 엄숙*와 황대* 이창*을

부르러 갔다가 도로 내려온다. 이미 거기서 밥을 먹고 있더란다.


먼저 올라간 엄숙*, 황대*, 이 창*.

(이창흥은 조금 더 가다 하산, 숙자는 정상 밑 통제점까지, 황대*만이 정상정복.

늦게 올라 간 오영환은 통제선 못 미쳐 바위틈에서 혼자 도시락 까먹고 내려왔다고...)


도시락은 흰쌀밥에 갈비찜 두대, 어묵조림, 김치, 장아찌, 등


우리가 밥 먹는 동안 오영*말고는 더 이상 우리앞을 지나 올라가는 후배가 없었다.

올라 갈 사람은 이미 다 올라간 것이다.


부지런히 밥을 먹고 금점*씨가 먼저 좀 더 올라가 보겠다고 배낭을 둔 채 올라가고,

최명*씨는 아침에 혈압약을 안 먹고 왔고 오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밑 뼈를 다쳤다고 더 안 올라간다.


나는 목이 메어 밥이 잘 안 넘어가 물에 밥을 말아 밥을 다 먹고

여하튼 뭔가 조망이 보이는 곳까지는 가 봐야 겠다고 오르는데, 내려오는 창*씨를 만났다.

그의 말은 밥을 먹고 한 10분간 더  올라 갔지만 그대로 숲의 연장일뿐이었다나...

그냥 내려 가겠단다.


 쉼터까지 오르니 여러명이 거기서 밥을 먹고 있거나 쉬고 있고

 가이드가 불을 지펴 도시락들을 태우고 있다.

비닐을 태우는데 별로 독한 냄새도 안 난다. 나도 빈 도시락을 불속에 집어넣어 짐을 덜었다.


계속 능선을 따라 경사진 숲속을 올라가는데 여기서부터는 길은 환하고

흙도 다 말라 보송보송한 길이다.



도중 내려오는 10회선배며 하산하는 몇 사람들을 만났다.

 정상으로 먼저 올라 간 몇몇을 제하고는 나중에 오른 사람들은 중간에서 회장이 못가게

막고 있다고 한다.


 "난 거기까지 안 가고 산 보이는 데 까지만 갔고 올거예요." 하며 한 20분 더 올랐을까?

큰 바위들이 길을 가로 막아 바위위로 오르며 가야 하는 바위길 시작점.



시야가 확 트이고 저 멀리 산 정상이 모습을 보이는데  아래쪽으로는 푸르른 산들이 파노라마로

쫘악 펼쳐져있다.



통제선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후배들도 마주치고

오른쪽 멀리 바위길에선 올라갔던 사람들이 바위를 엉금 엉금 내려오는 모습도 보인다.





                                돌무더기 많은 곳이 통제선이다. 여기서 15분이면 오를것도 같네.

정상은 거기서 한 30분 더 올라갈까?





여기까지가 오늘의 나의 목표점. 정상에 오른 기분과 다르지 않다.

날씨도 쨍하니 얼마나 깨끗하게 보이는지...비도 많이 오는 고장인데 이런 날씨도 축복이다





몇 장을 정신없이 찍고, 내려오는 후배에게 독사진도 부탁하고...



더 올라가는 길은 이렇겠다 (총동에서 가져온 사진 몇 장)



저기도 정상이 아니다. 



*

정상 정복 황대*. 

밥먹을 시간을 아껴 올라갔기에 가능했다고...

밥 다 먹고 올라 간  숙*는 정상을 코 앞에 두고 통제 당함..






그러나 여기서 오래 머물수는 없다.

저 정상팀들은 발이 빨라 내려오면 막 뛰다시피 가는데 발 늦은 나는 저들이 내려오기 전에

서둘러 내려가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한참을 내려와 점심먹던 곳에 이르니 함께 밥 먹던 우리동기들은 이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위험한 길을 온 신경을 집중해 조심조심 내려 오는데 뒤에서 오는 후배들은

막 추월해서 뛰다시피하며 내려간다.

혼자가기 무서워 앞서가는 몇 사람 뒤를 급히 따라가느라 미끄러지기도 했고,  

따라가던 그 두 사람은 어느곳에서 이르러 쉬다 간다고 슬그머니 숲으로 들어가버려

다시 혼자 가는데 계곡옆으로 길이 끊어져 보이질 않는다.


마침 계곡에서 쉬고 있던 박 광규후배를 보고 길을 물어 다시 혼자 가는데

다행히 여자 후배가 한 명 온다.


함께 계속 가다가 그 후배가 또 먼저 앞서 빨라 지길래 부탁을 했다.

"가다가 뒤에서 내가 안 보이면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렸다가 가줄래요?"


내려 오는 길 어찌나 끝이 없는지, 어떻게 이렇게 먼 길을 왔을까 혼자 감탄하기도 하고...

 

멀리 이규*씨의 빨간 조끼가 보인다.

반가워 소리질러 불렀더니 김복*과 오수*와 함께 내려가는 중이다.


오수*는 늘 여유가 있어  바위에 걸터 앉더니 예정 시간도 아직 멀었으니 좀 쉬다 가자한다.

"쉴 여유가 없어, 우리 뒤에 몇 사람 안 남았고 그 사람들이 내려오면 발이 빨라

우리가 제일 꼴찌가 될수도 있어.

그리고 먼저 오는대로 차가 떠난다는데 좀 일찍 내려가 먼저 가 쉬는게 낫지 않겠니?"


수자는 산행 초장에 물가에서 넘어져 신발속에 물이 다 들어가 버려

기분이 잡쳤고 열번도 더 넘어졌다는데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단다.


그런대로 올라오다 신호*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내려가는 중에 다들 먼저 내려갔고

김복*과 이규*이 차마 얘를 떼 놓고 갈 수 없어 함께 가는 모양이다.


난 수*를 떼 놓고 그냥 김복환과 내쳐 내려왔고 이규*이 수자 때문에 발이 묶여  

그 애와 천천히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다 내려오니 금점*가 앉아 있다. 내려오다 미끄러져 뒤로 한 번 쿵...했다고.


최명*, 신호*, 이창*은 앞 차로 먼저 갔나보다.

다시 50분을 요동치는 트럭을 타고  버스 대기장소로 와 이창*이 사 준

러시아 밀전병과 커피를 먹었다.


옆에서 조수노릇하는 사람은 이윤*? 서중*?


뒷팀 기다리는 동안 모두들 사 먹어 음식이 동이 났다.



와우! 노심초사했던 비단산 산행,

 5월 초에 우연찮게 집에서 발이 꺾여 왼쪽 넷째 발가락이 골절된 상태로

오기 전 xㅡray 에서 뼈가 아직 안 붙었으니 오래 걷지 말라고 의사가 얘기했었는데...


골절된 발가락은 저리 가라고

너무 길이 험해 힘주어 걷다 보니 오른쪽 발가락과  왼쪽 종아리에

가끔씩 쥐가 나기도 했고

넙적다리에 경련이 오려고도 해서 걱정을 하며 올랐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4시 반 좀 넘어 하산을 마쳤으니 왕복 6시간 여 걸린 셈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면 후미기준 8시간이라 했으니 대충 맞는 말이다.

내가 거기서 정상까지 몰라갔다면 가서 사진 찍고 뭐하고 해서 두 시간쯤 더 걸렸을꺼다.


조금만 서둘렀다면 정상아래까진 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욕심부리지 않는게 산행의 첫째 철칙.

그런대로 만족이다.


트럭이나 산의 정상에 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온 사람은 더 힘들어 했던것 같은데

나는 인터넷에서 이미 경험자가 올린 산행기를 읽고 왔기에 예상을 해서인지

 트럭이며 산행이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한 편 관광을 떠났던 팀들은 여러군데 재미있게 관광을 잘 했다고 만족해 했고

그런대로 우리 14회 많은 인원이 무리 없이 잘 다녀오게 된 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이번 산행을 준비하느라 3월부터 주말마다 관악산이며, 남한산성, 곰배령등등

쉬지 않고 다녔기에 산행에 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나이들면서 점점 산행이 힘들어지고 떠나기 전 한 1 주일간은 과연 내가 산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을까  발도 아프고 발목도 아픈데...하는 걱정으로 꽤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서

이젠 젊은이 위주의 총동산행을 졸업할까 하는 맘도 가끔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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